살아남은 자의 죄책감, 괴수8호·워킹데드

 

누군가는 죽었고, 누군가는 살아남았습니다.
하지만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항상 위안이 되는 건 아닙니다.
<괴수8호>와 <워킹데드>는 서로 다른 장르와 세계관을 가졌지만,
두 작품 모두에서 ‘생존’은 축복이 아니라 죄책감의 시작입니다.
이 글에서는 주인공들이 겪는 무력감과 상실, 그리고 다시 감정을 안고 싸움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따라갑니다.
그 안에서 생존이란 무엇인지, 감정은 어떻게 견딜 수 있는지를 조금씩 알게 됩니다.

1. 괴수8호 – 힘보다 감정이 무거울 때

괴수의 위협으로 일상이 무너진 일본,
히비노 카프카는 전장에서 괴수의 잔해를 처리하는 청소반 직원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함께 괴수를 물리치자고 약속한 친구는 방위대 간부가 되었지만,
카프카는 현실과 꿈 사이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었죠.
그러던 중, 의문의 생물에 의해 괴수화되며 그는 ‘괴수8호’가 됩니다.

히비노는 누구보다 강력한 힘을 갖게 되었지만,
그 힘은 그에게 희열보다는 혼란을 안깁니다.
“이건 나를 위한 힘인가? 모두를 위한 건가?”
동료들의 눈빛, 조직 내 시선, 스스로에 대한 불신.
히비노는 전투 후에도 쉽게 표정을 풀지 못합니다.

키쿠루와의 상호작용에서 드러나는 거리감은
단순한 동료의식이 아니라, 정체성에 대한 불확실성과 감정의 경계선을 보여줍니다.
이 작품은 괴수로서의 능력을 얻은 뒤,
그 능력을 감정적으로 감당하는 것이 얼마나 복잡한 일인지 천천히 보여줍니다.

히비노가 왜 끝까지 싸우려는지를 이해하게 되는 순간,
이 이야기가 단순한 히어로물이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2. 워킹데드 – 감정이 남은 자의 끝없는 싸움

좀비 바이러스로 인해 인류 문명이 무너진 세상.
릭 그라임스는 병원에서 깨어나 가족과 세계가 송두리째 바뀌어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는 생존자들을 이끌며, 끝없이 반복되는 선택과 상실 속에 서게 됩니다.
하지만 <워킹데드>의 진짜 무게는 좀비가 아닌 인간이 감당해야 할 감정의 크기에 있습니다.

릭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많은 결정을 내리지만,
그만큼 많은 이들을 잃고, 그 감정을 차곡차곡 떠안게 됩니다.
특히 공동체의 희생자들이 늘어갈수록, 그는 더 단단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이 참아야만 하는 사람이 되어갑니다.

글렌을 잃은 후, 릭은 내면의 분열을 겪습니다.
울지도, 분노하지도 않는 그의 침묵은
무감각해졌다기보다는, 감정을 제어하지 않으면 무너질 것 같은 불안처럼 보입니다.

릭은 결국 다시 일어나 싸웁니다.
그 싸움은 생존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이해하려는 또 다른 시도처럼 느껴집니다.

3. 공통점 – 감정을 껴안은 자들만이 끝까지 간다

히비노 카프카와 릭 그라임스는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지만,
이들은 모두 강한 힘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감정을 짊어진 채로 전장을 향해 나아가는 인물들입니다.

• 히비노는 괴수로서의 신체를 가졌지만,
  인간으로서의 감정을 유지하며 싸우는 걸 선택합니다.
• 릭은 수많은 죽음 앞에서 무뎌지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감정을 스스로 다잡으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이들이 싸우는 대상은 단지 괴수나 좀비가 아닙니다.
그건 상실, 죄책감, 두려움,
그리고 끝내 이겨내야 하는 자신의 감정 그 자체입니다.

결론: 살아남았다는 건, 감정이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괴수8호>와 <워킹데드>는 단순히 생존을 다루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두 작품은 ‘감정을 끝까지 놓지 않은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힘으로 싸우는 건 잠깐이지만, 감정과 싸우는 시간은 끝이 없습니다.

누군가는 묻습니다.
“왜 나만 살아남았을까?”
하지만 이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그 질문에는 대답보다 감정이 먼저 찾아온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 감정은, 이상하리만치 오래 남습니다.
끝났다고 생각한 후에도,
그들이 어떻게 버텼는지가 계속 생각나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