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소맨 vs 괴수8호, 괴물과 인간 사이의 감정선

 

괴수와 악마, 말 그대로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들입니다.
하지만 어떤 이야기에서는 그 괴물들과 함께 살아가는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체인소맨>과 <괴수8호>는 그런 점에서 닮았습니다.
괴물을 죽이는 이야기가 아니라,
괴물과 함께 살아가는 감정을 다루는 이야기입니다.

두 작품 속 인물들은 괴물과의 동행을 통해 힘을 얻었지만,
그와 동시에 점점 인간성의 경계에서 멀어져 갑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람이 사람답게 남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게 됩니다.
괴물과 함께 싸우는 것이 아니라,
괴물과 함께 존재하기 위해 감정을 견디는 이야기.
그들이 지키려는 건 힘도, 정의도 아닌
외로움 속에서 간신히 붙잡고 있는 자신입니다.

1. 체인소맨 – 악마와 함께한 약속이 나를 버티게 했다

<체인소맨>의 주인공 덴지는 악마 사냥꾼입니다.
하지만 그는 태생부터 사냥꾼이라기보다 빚에 찌든 소년이었습니다.
그에게 유일하게 마음을 나눌 수 있었던 존재는
악마다운 성격 하나 없는 ‘전기톱 악마’ 포치타였습니다.

죽기 직전, 포치타는 자신의 심장을 내어주며 덴지를 살립니다.
그리고 덴지는 인간과 악마가 합쳐진 새로운 존재가 됩니다.
강해졌지만, 동시에 사람으로서의 삶은 영원히 잃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포치타는 말을 거의 하지 않지만,
덴지에게는 늘 마음속에 존재하는 친구로 남아 있습니다.
덴지는 포치타와의 약속을 되새기며,
마치 그가 곁에 있는 것처럼 혼잣말을 합니다.
그건 대화라기보다, 덴지가 살아남기 위해 계속 떠올리는 마음의 언어입니다.

<체인소맨>은 단순히 악마와 계약해 싸우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악마와의 공존을 통해
덴지가 외로움, 욕망, 인간성과 계속해서 싸우는 내면의 여정이기도 합니다.

힘은 포치타가 주었지만,
덴지를 사람답게 지탱하는 건 그 힘을 주었던 존재와의 감정 기억입니다.

2. 괴수8호 – 괴물이 된 나를 믿을 수 있을까?

<괴수8호>의 주인공 히비노 카프카는 평범한 청소반 직원입니다.
괴수와 싸우는 엘리트 병사도 아니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인물도 아니었습니다.
그런 그가 우연한 사고로 괴수화되고,
인류 최강급의 힘을 지닌 ‘괴수8호’가 됩니다.

하지만 힘을 얻었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진 건 아닙니다.
오히려 그는 인간이면서 괴수인 존재로 감시받고,
언제든 제거 대상이 될 수 있는 불안 속에 놓이게 됩니다.

카프카는 그럼에도 괴수가 된 자신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 힘을 받아들이고, 괴수의 본능을 다스리고,
자신 안에 있는 괴물과 함께 살아가려 합니다.
그건 자기를 억제하거나 처벌하려는 태도가 아니라,
자신을 인정하려는 고통스러운 수용의 과정입니다.

<괴수8호>는 물리적 전투보다,
‘괴물이 된 인간이 어떻게 인간성을 지켜낼 수 있는가’라는
감정적 전투를 더 강하게 그립니다.
그건 이 이야기의 진짜 괴수는 ‘변이된 몸’이 아니라
‘불완전한 자아’라는 것을 말해주는 설정이기도 합니다.

3. 공통점 – 괴물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감정이 생긴다

덴지와 카프카는 모두
괴물을 동료이자 자신으로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들은 괴물과 함께 싸우는 존재가 아닙니다.
괴물과 함께 살아야 하는 삶을 택한 이들입니다.

• 덴지는 포치타와의 감정적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살아갑니다.
   악마가 친구였던 유일한 기억이기 때문에,
   그 기억을 잃지 않으려 자신을 다잡습니다.
• 카프카는 괴수화된 자신을 버리거나 숨기지 않고,
   그 정체성을 수용하며 ‘사람’으로 살아가려 합니다.
   그 괴물조차 자기 안의 일부라는 것을 받아들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괴물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인간다움을 되묻는다는 점입니다.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싸우는 게 아니라,
괴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답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이야기.

결론: 괴물과 함께할 때, 비로소 사람이 되는 순간들

괴물과 친구가 되는 건 단순히 강해지는 계약이 아닙니다.
그건 외로움을 살아내는 방식이고,
자기 자신을 끝까지 놓지 않는 감정의 증거입니다.

<체인소맨>과 <괴수8호>는
괴물과 살아가는 선택이 인간성을 파괴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감정을 지키는 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괴물을 받아들이는 건 두렵습니다.
하지만 그 괴물이 친구가 되었을 때,
비로소 우리는 “내가 여전히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게 됩니다.